부산에 사는 즐거움 중 하나는 단연 온천이다. 뜨끈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면 피로가 풀리고 피부가 매끄러워진다.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여 그야말로 나를 위한 힐링 타임이다.
주중에 큰 맘 먹고 ‘해운대온천센터’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주말에도 일을 했기에 내 휴무일은 내가 정한다는 마음으로. 해운대 구청에 내려서 들어가려는데 오늘 휴무. 내가 정했다고 너도 쉬는거니? ㅎㅎ
길 건너 송도탕에 갈까 하다가 옆 건물에 있는 ’할매탕’으로 향했다. 들어서는데 카운터를 보던 주인 같은 분이 남자분과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내가 카운터 앞에서 기다리자 그 남자 손님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궁금하지 않았는데 카운터를 보던 직원분이 상황을 설명했다. 목욕하러 올라간 손님이 45분쯤 지나고 내려와서 남탕이 추워서 환불을 원한다고 했던 것. 아, 정말 별별 사람이 다 있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나한테 왜 얘기하는 걸까. 😅
부산 해운대 할매탕
부산 해운대구 중동2로10번길 7 (지하철 2호선 해운대역 1번 출구에서 637m)
전화번호 051-740-7010
영업시간 07:00 – 20:00 / 정기휴무 (매주 화요일)홈페이지 http://할매탕.com
대중탕 13,000원
가족탕 (1~ 4인, 2.5시간) 60,000원
가족탕 (5~ 6인, 2.5시간) 70,000원

카운터에서 보니 다른 대중탕이 1만원인 반면 3천원이 더 비싼 13000원이었다. 순간 멈칫했지만 결제했다. 역시나 물어보지 않았지만 내 멈칫을 눈치챘는지 이 곳은 샴푸, 비누, 로션 등이 다 구비되어 있어 여행객들이 편하게 이용하기 좋다고 덧붙이셨다.
건물이 전체적으로 깨끗했고 원래 가려던 온천센터와 같이 운영된다는 걸 알았다. 여탕에 올라가니 직원분이 반갑게 인사했다. 오, 깔끔하고 아늑하다! 락커에 옷과 물건을 넣고 탕에 들어가며 수건을 집었는데 도톰하고 뽀송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샤워타월도 이용 가능했다.
안에 들어가니 다른 대중탕과 달리 실내가 조용해서 마음이 편안했다. 은근한 텃세가 없는 고요한 대중 목욕탕이라니. 앉는 자리마다 샴푸, 컨디셔너, 샤워젤이 비치되어 있었다. 온탕 2개, 냉탕 1, 건식 사우나 1가 있어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주 잘 관리가 되어있고 조용했다. 세상에! 사우나에 나 혼자 있을 수 있다니!!! 아주머니들 수다와 입구 막고 앉아 있는 그룹을 피하지 않아도 된다니! 😂
목욕을 마치고 나와서 거울 앞에서 서니 할매탕 자체 제작 라벤터 스킨, 로션이 있었다. 얼굴에 쓰진 않았지만 향도 좋다. 스킨은 스프레이형으로 직접 손에 닿지 않는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작은 선풍기와 성능 좋은 드라이기가 하나씩 놓여있었다. 작은 배려가 곳곳에 묻어난다.
걸어나와서 맛은 없지만 뷰가 좋은 스타벅스 해운대 하버타운에 앉아 책을 읽고 메모를 했다.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아침의 쉼이다.
